[창간특집]유통혁명④리테일테크

전통적인 유통질서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IT기술을 발판으로 확대일로에 있던 온라인 전자상거래는 코로나 사태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곡점을 맞아 유통질서의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온라인에 머물며 ‘언택트 리테일’(비대면 소매업)을 자연스런 일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더욱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통산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국경을 초월한 경쟁으로 급격히 변화할 것입니다. 유통저널뉴스가 급변하는 유통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봅니다.

 

[싣는 순서] 유통혁명, 질서가 바뀐다
① 전통의 위기
② 배달&구독
③ 라이브커머스
④ 리테일테크

 

리테일테크(Retailtech)란 소매 또는 소매점을 뜻하는 리테일(Retail)과 기술(Technology)을 합성한 신조어다. 마트나 편의점, 패스트푸드점과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점은 물론, 이커머스, 방문판매에 이르기까지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편의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전통적인 유통질서를 허물어뜨리는 최종적이고 종합적인 위협요인이 바로 리테일테크다. 현존하는 리테일테크의 목표지점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완전히 극복하기 위한 무인화로 향하고 있다. 첨단장비와 기술을 활용,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앤 기술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속속 파산하는 현상에 대해 제러미 리프킨 교수의 ‘소유의 종말’에 빗댄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앞으로의 유통산업은 리테일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계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리테일테크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에 있어 눈에 띄는 격차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리테일테크를 언급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정확히 무엇이 리테일테크를 대변하는 기술인지 확실히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존하는 모든 기술이 유통업에 접목되고 있고,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기술분야를 꼽으라면 △무인주문단말기(키오스크) △무인점포 △인공지능 기반 챗봇 △배송 드론·로봇이 있다.

 

일본 효고현의 한 철도역에 키오스크를 활용한 자동가판대. 사진=위키피디아

 

무인주문단말기(키오스크)
영어 ‘키오스크’(kiosk)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정원에 달린 개방형 건물을 뜻하는 말이다. 일종의 부스 형태로, 이곳에서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20세기 전후 길가에 전면이 개방된 작은 박스형 가게들을 키오스크라고 부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가판대에 해당한다. 이후 키오스크는 신문이나 음료를 판매하는 작은 매점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정보통신분야에서 키오스크는 업무의 무인화·자동화를 통해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 단말기를 ‘인터렉티브 키오스크’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서는 터치스크린이 내장된 안내기기나 무인주문기를 가리킨다.

키오스크의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 절약이다. 키오스크 1개월 대여료는 기기에 따라 5만~20만 원 수준이다. 20만원 짜리 고가 기기를 임대해도 시급 8350원 기준, 하루 8시간 일하는 직원의 3일치 임금에 불과하다.

초기에는 손님의 불편을 감수해 사용을 망설이는 업주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키오스크에 AI기술까지 접목되면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사람이 반복적으로 하는 일과 동일한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깔끔하게, 불만없이 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소비의 주역으로 등장한 젊은 세대에겐 사람보다 오히려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 소비가 확산돼 키오스크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키오스크는 상품이나 서비스 주문, 예약, 결제와 같은 초보적인 기능에서 출발, 현재는 내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활용법이 무궁무진하다. 최근 요식업계뿐만 아니라 빨래방, 노래방, 스터디 카페, 스크린 골프장, 게임방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업체들이 키오스크를 적극 서비스에 도입하고 있다.

 

무인점포
2016년 12월,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 ‘데이원(Day1)’ 1층에 ‘아마존고’(Amazon Go)라는 이름의 상점이 들어섰다. 아마존고는 고객이 계산대 앞에 줄 설 필요도, 계산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로 ‘노 라인즈, 노 체크아웃’(No Lines, No Checkout) 2가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노 캐셔’(No Casher)까지 거론하며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에 대한 공포심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아마존에 따르면, 아마존고는 컴퓨터 비전과 센서 융합, 딥러닝 알고리즘이 합쳐진 이른바 ‘저스트 워크 아웃 테크놀로지’(Just Walk Out Technology)다. 고객은 매장에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을 집어 나오면 그만이다. 첨단기술이 해당 고객의 동선을 촬영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은 고객 정보를 확인하며, 상품에 탑재된 센서와 고객 스마트폰이 연동돼 자동 결제되고, 마지막으로 전자영수증이 발급된다.

국내에서도 편의점을 중심으로 무인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지난 2월말 기준, 242개의 무인매장이 영업했다. CU 100곳, 이마트24 94곳, GS25 31곳, 세븐일레븐 17곳 등이다.

CU는 2018년 4월, 업계 최초로 주간에는 유인,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바이셀프’ 매장도 선보였다. 이 점포는 일반 편의점과 달리 본인 인증을 통한 출입 시스템과 셀프 결제 시스템이 적용된 특수 점포로 24시간 운영에 제약이 따르는 인 스쿨(In-School), 인 오피스(In-Office), 인 팩토리(In-Factory) 등을 중심으로 입점하고 있다. 무인 편의점은 노인 등 비대면에 익숙치 않은 소비자들의 불편과 도난이나 기물 파손 등의 위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바이셀프 매장은 멤버십을 기반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출점 한계 등으로 가맹점 확대 비상이 걸린 편의점업계는 최적의 대안으로 무인 편의점을 꼽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통산업 전반에 비대면(언택트) 방식이 확산되면서 편의점 업계의 무인점포 전략은 가속화 전망이다.

 

인공지능 기반 챗봇
챗봇(ChatBot)이란 메신저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가상의 봇(Bot)을 말한다. 어떤 고객이 음성 또는 문자로 메시지를 전송하면, 사람이 아닌 봇이 그 메시지를 분석하고 특정 문장이나 단어 등의 일치된 조건에 따라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원리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면,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 동일하게 응대하는 봇도 등장했다.

상용화가 가능한, 제대로 된 챗봇의 시발점은 2011년 선보인 애플의 ‘시리’(Siri)다. 당시 많은 애플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시리의 음성인식과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에 감탄했다. 이후 약 10여년 동안 챗봇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챗봇은 문자 기반 명령어로 작동되는 기초적인 소프트웨어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비롯해 카카오톡, 라인 등 소셜메신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챗봇에 비해 조금 발전된 형태가 ‘음성인식봇’이다. 말로 대화하듯 음성명령을 받고 처리하는 특징이 있다. 애플 ‘시리’(Siri), 아마존 ‘에코’(Echo) 등이다. 가장 고도화된 단계는 지능화된 개인서비스(Intelligent Personal Assistant)다. 문자메시지를 비롯해 음성, 위치, 검색 등 다양한 요청에 응답한다. 구글 ‘나우’(Now), MS ‘코타나’(Cotana)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기업을 위한 챗봇 서비스가 등장했다. 매달 일정액의 사용료를 내면 해당 기업이 원하는 챗봇 기능을 앱이나 서비스 페이지에 넣을 수 있다. 이 같은 챗봇 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싼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개발하지 않고도 효율적인 고객서비스가 가능하다.

 

미국 ‘뉴로’(Nuro)사는 자사 무인 배송로봇차량을 이용해 텍사스주의 소매약품 유통체인 CVS(CVS Pharmacy) 고객들에게 약품을 배달한다. 사진=Nuro

 

배송 드론·로봇
6월 10일 미국 버지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 이 소도시에서 드론이 날았다. 구글의 드론 자회사 ‘윙’(Wing)이 학교 도서관 책을 드론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드론 배송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했다.

6월 8일 제주시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 이 주유소에서도 드론이 날았다. 택배 시연 행사다. 편의점 앱을 통해 주문된 상품을 드론에 싣고 주유소에서 1km 떨어진 펜션과 초등학교에 배송하는 것이 임무였다. 드론은 도시락과 음료세트, 간식거리를 성공적으로 배달했다. 왕복 2km 거리를 비행하는 데 걸린 시간은 5~6분.

GS칼텍스는 전국에 산재한 주유소를 배송 거점으로 드론 단거리 배송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드론 시험 배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제 드론을 활용한 배송은 현실이다. 제주도는 국토교통부에 ‘드론특별자유화구역(드론특구)’ 지정을 신청했다. 드론특구로 지정되면 ‘5G 기반 글로벌 드론 허브’ 구축을 통해 다양한 드론 서비스 모델을 도입하고, 일상 속 드론 활용 시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드론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물류수단이다.
아마존은 수직 이착륙과 전진 비행이 가능한 자체 개발 전기 항공기 ‘프라임 에어(Prime Air) 배송 드론’을 선보였고, 앞으로 이 제품을 기반으로 드론 배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페덱스는 윙 항공과의 제휴를 통해 미국 교통부의 무인항공기 시스템 통합 파일럿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현지에서 최초로 상업용 드론 배달을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우편국은 기존 배송 시스템에서 배송 비용이 많이 소모되는 지역에 한 해 드론을 이용한 배송을 고려하고 있다.

로봇 상용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 ‘뉴로’(Nuro)사는 자사 무인 배송로봇차량을 이용해 텍사스주의 소매약품 유통체인 CVS(CVS Pharmacy) 고객들에게 약품을 배달한다. 음식배달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우리나라 우정사업본부도 5월 28일 ‘자율주행 우편물류서비스 기술개발’ 착수 보고회를 갖고 자율주행 이동우체국과 우편물 배달로봇, 집배원 추종로봇을 개발해 빠르면 올해 10월부터 실제 물류 환경에서 시범 운용한다고 밝혔다.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기술개발이 우편서비스에도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신기술이 적용된 물류 자동화와 효율화를 통해 집배원의 업무경감 및 안전사고 예방 등 근로환경이 개선되는 등 미래우체국의 청사진 마련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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