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제조·유통규제 확 푼다

기획재정부·국세청, ‘주류 규제개선방안’ 발표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가운데)이 19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주류 규제개선방안’ 브리핑 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앞으로 주류 제조면허를 보유한 업체는 타사 제조시설을 이용해 주류를 위탁제조(OEM) 할 수 있게 된다. 또 내년부터 주류 제조자·수입업자가 도매·소매업자에게 주류를 판매할 때 ‘택배’를 통해 운반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진다. 배달음식에 곁들여 주문할 수 있는 주류의 양도 ‘음식값 이하’로 명확해진다. 소주와 맥주는 가정용과 마트용 구분이 사라지고, 가정용으로 통일된다. 과거 주류 행정의 기본 방향이 ‘주세의 관리‧징수’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주류 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 기능도 중시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5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류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제조, 유통, 판매 등 주류산업 전반의 규제 개선을 통해 산업 성장을 뒷받침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주류제조 OEM 허용
정부는 다른 제조업체의 제조시설을 이용한 주류의 위탁제조(OEM)를 허용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주류 제조면허가 제조장별로 발급됐기 때문에 다른 제조장을 이용해 주류를 생산할 수 없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앞으로는 동네 맛집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캔 맥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든 맛볼 수 있게 된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제조시설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한 원가 절감, 해외 생산 물량의 국내 전환, 시설투자 부담 완화, 신속한 제품 출시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주류 제조시설을 이용한 주류 이외의 제품 생산도 허용된다. 그동안은 주류 제조시설에서 생산 가능한 음료(무알콜 음료)나 부산물(술지게미)을 제조·판매하려면 별도의 생산시설 설치가 필요했만, 같은 장소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탁주 등을 만들 때 남는 부산물로 같은 공장에서 장아찌, 빵, 화장품 등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주류 신제품 출시 기간도 30일에서 15일로 줄어든다. 그동안 제조방법 승인과 주질 감정 절차를 순서대로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금지됐던 질소가스의 주류 첨가도 허용된다. 질소가스가 함유된 맥주 제조가 가능해져 소비자들의 주류 선택권이 넓어질 전망이다.

 

주류 운반차량 검인스티커 부착 의무 면제
주류 제조자·수입업자가 주류 판매시 택배 운반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주류 제조자·수입업자가 주류를 운반할 때 반드시 ‘주류 운반차량 검인 스티커’가 부착된 자기 소유 또는 임대차량, 물류업체 차량을 이용해야만 주류 운반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류 제조자·수입업자가 물류업체 차량을 이용해 도·소매업자에게 주류를 운반할 때 주류 운반차량 표시 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주류통신판매기록부에서 구매자 주민등록번호도 제외된다. 지금까지는 온라인몰에서 전통주 등을 거래할 때 판매자가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주류통신판매기록부를 매월 관할 세무서장에게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성인인증을 거치는 통신판매 방식의 경우 구매자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키로 했다.

 

음식점 주류 배달 ‘음식값 이하’ 기준
배달음식을 시킬 때 곁들여 마실 수 있는 술의 양도 명확히 정해졌다.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주류로서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으면 통신판매가 가능하다.

현행법에도 ‘음식에 부수하여’ 주류를 배달하는 통신판매는 허용되지만, ‘부수’의 범위가 불명확해 현장에서 혼란을 겪었다. 다만, 개선된 조치에서 음식이란, 일반음식점에서 전화,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주문받아 직접 조리한 음식에 한정된다.

홍보 등이 목적인 경우 제조면허 주종 이외의 주류 제조도 허용한다.
예를 들어, 주류 제조업체가 양조장 견학 고객들에게 자사 소주를 활용해 다양한 칵테일 제조가 가능함을 홍보하려 해도, 칵테일은 제조면허 받은 주류가 아니어서 현행 주세법에 위반, 고객들에게 칵테일 제조 레시피만 알려주고 칵테일 시음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주 양조장 견학 고객 등에게 소주를 활용한 다양한 칵테일 제조 등을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비판매용’ 칵테일 정도는 만들 수 있게 바뀐다.

 

주류 용도구분 표시 폐지
소주와 맥주에 대한 대형매장용 용도 구분 표시도 폐지된다. 지금까지는 같은 제품인데도 슈퍼마켓, 편의점, 주류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가정용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대형마트용이 구분돼 재고관리에 따른 비용이 발생했다. 이번 규제개선으로 재고관리비용이 대거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맥주·탁주는 가격신고 의무도 없앤다. 주세법상 주류업체는 제품 가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출고할 때 해당 가격을 국세청장에게 신고해야 하지만, 종량세로 전환된 맥주·탁주에는 적용할 이유가 없어진 데 따른 것이다.

맥주·탁주 업체는 납세증명표지 표시의무 사항 가운데 상표명, 규격을 주류제조자명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상표·규격별 별도 납세증명표지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품종·소량생산 주류업체의 비용부담도 줄어든다. 연간 출고량이 일정 수준 아래인 전통주는 납세증명표지 첨부 의무도 면제된다.

 

전통주 판매장서 시음행사 허용
현재는 주한외국군인 및 외국인선원 전용 유흥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주류에 대해서만 주세를 면제했으나, 전통주 및 소규모 주류 제조장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직접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서도 주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한, 앞으로 주류 소매업면허를 가진 전통주 홍보관 등에서도 시음행사가 허용된다. 지금까지 주류 시음 행사는 주류 제조자와 수입업자에 한해 허용했다. 예를 들어, 전통주 갤러리(농식품부, aT), 상생상회(서울시), 광명와인동굴(광명시), 영동와인터널(영동군) 등에서 시음행사가 가능하다.

이번 조치와 관련, 기재부는 주세법에서 주류 규제 관련 사항을 분리해 ‘주류 면허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밖에 국세청은 스타트업 창업 지원 등을 위한 ‘주류 규제혁신 도우미’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주류 관련 창업 희망자에 대해 1:1 멘토링을 통해 양조기술 지원부터 제조방법 승인 및 제조면허에 이르는 창업절차 모둔 과정 상의 애로요인을 발굴해 해소한다는 취지다.

이날 발표한 규제 개선 방안 중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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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술 제조·유통규제 확 푼다

  • 정말 잘 한 조치예요..
    지금까지 청소년에 해롭다는 이유로 발 꽁꽁 묶어서 정말 안타까웠죠..
    합리적인 조치들이 더 나와주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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