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하나로마트, 신토불이 엿 바꿔먹었나

수입농산물 버젓이 판매…자체 ‘판매불가’ 지침에도 제재 없어

8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서서울농협서강점 하나로마트. 주상복합아파트 지하 1층에 자리한 매장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띈 상품은 바나나였다. ‘스위트마운틴’이란 상표가 붙은 바나나의 원산지는 콜롬비아. 매대 옆에는 같은 바나나가 4박스나 쌓여 있었다.

바나나뿐만이 아니다. 과일 코너 한가운데 뉴질랜드산 키위와 호주산 오렌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심지어 뉴질랜드산 키위는 상품 종류에 따라 그린키위·골드키위·점보골드키위 등 3종으로 구색을 갖췄다. 선반 매대에도 칠레산 레몬, 멕시코산 라임, 미국산 아보카도·자몽이 눈높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농협 하나로마트가 여전히 수입산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의 한 하나로마트 매장에 진열된 콜롬비아산 바나나.

 

하나로마트 과일코너 선반 매대에 진열된 칠레산 레몬과 멕시코산 라임.

 

하나로마트 과일코너 매대에 수북이 쌓여 있는 호주산 오렌지.

 

하나로마트 과일코너 매대에 진열된 뉴질랜드산 키위. 품종이 다른 키위 3종이 다른 가격으로 진열돼 있다.

 

수입산 과일 판매는 서서울농협서강점 하나로마트 뿐만이 아니었다. 8월 16일 방문한 서서울농협상암점에서도 미국산 레몬과 체리, 생산국조차 밝히지 않은 수입산 바나나(2종)와 아보카도를 판매했다.

특히, 이 매장에는 수입산 매대를 따로 마련하고 “본코너는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을 위하여 수입과일을 판매 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고 있었다.

 

서서울농협상암점 하나로마트(8월 16일 현재)이 별도의 수입산 과일 매대를 마련하고 미국산 레몬과 체리, 생산국조차 밝히지 않은 수입산 바나나(2종)와 아보카도를 판매하고 있다. 수인산 과일 매대에는 “본코너는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을 위하여 수입과일을 판매 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수입산 과일 판매는 축협도 마찬가지다. 8월 15일 찾은 파주연천축협 축산물프라자에서도 뉴질랜드산 키위(2종), 미국산 오렌지와 레몬, 필리핀산 바나나를 매대에 쌓아 놓고 팔았다.

 

파주연천축협 축산물프라자(8월 15일 현재)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국산 레몬. 파주연천축협 축산물프라자에서는 미국산 레몬 외에도 뉴질랜드산 키위(2종), 미국산 오렌지, 필리핀산 바나나를 매대에 쌓아 놓고 팔았다.

 

성난 농민들, 하나로마트 수입농산물 불태우기도
하나로마트의 수입농산물 판매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2~3년 동안 수입농산물 판매로 수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수입농산물 판매불가’란 자체 지침까지 내린 상황. 하지만, 국내 농축산물 판로를 확장해 농가 소득증대에 이바지해야 할 농협이 하나로마트에서 여전히 수입산 과일을 판매하면서 비난이 들끓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수입농산물 판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지역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해마다 농협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그러나, 수입농산물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례로,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2018년 12월, 전남 담양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수입농산물 판매 농협 응징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농민들은 “농심을 가슴에 안고 농민 곁으로 가겠다는 농협이 버젓이 수입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며 “이게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이 할 짓인가”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특히, 이날 농민들은 하나로마트 매대에 진열된 칠레산 레몬과 체리, 필리핀산 바나나와 파인애플, 미국산 청포도와 석류, 뉴질랜드산 골드키위,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자몽 등 수입농산물을 매장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일일이 수거해 불태우기도 했다.

격분한 농심에 놀란 담양농협은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 취급 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황급히 제출해야 했다. 당시 담양농협은 조합장 명의로 ‘재임기간 동안 담양농협 산하 모든 사업장(하나로마트 포함)에서 수입농산물을 일체 취급 판매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해 농민들에게 제출했다.

농협, 국정감사 질타에 ‘판매금지’ 지침 하달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전남 담양농협의 확약서 제출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농협중앙회가 자체적으로 ‘수입농산물 판매불가’란 지침을 내린 이후 발생한 일이어서 국민들을 더욱 황당케 했다.

담양농협 확약서 제출에 앞선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던 황주홍 의원은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 82곳이 수입농산물을 취급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농협중앙회가 오히려 수입농산물 판매를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국정감사에서 매를 맞은 농협하나로유통은 2017년 10월 25일자로 전국 지역농축협에 ‘하나로마트 수입농산물 취급근절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농협하나로유통은 공문에 “수입산농산물 취급으로 인하여 농협의 이미지 및 공신력 실추 등은 물론, 농협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어 국민으로부터 농협의 존재가치마저 불신을 받고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농협 주위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하나로마트 경영이익보다, 농협 전체 부정적 이미지에 의한 각종 사업추진 시 저해가 더욱 커, 소탐대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농협하나로마트는 수입농산물 취급근절 계획으로 △하나로마트 전수조사 등 현장점검 강화 △적발 시 (회차 무관) 자금지원 및 점포(신용)설치 제한 △업무지원 제한(표창 및 시상, 예산 및 보조) 등을 공표하고, 수입농산물 취급 마트는 중앙회의 ‘회원조합지원제한심의회’에 즉시 부의한다고 엄포를 놨다.

“다문화가정·소비자 편의 고려한 구색 맞추기”
농협중앙회는 ‘수입농산물 판매금지 기준’을 마련하고 ‘원형의 수입농산물’은 일체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원형의 수입농산물이란 육안으로 원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모든 수입농산물을 뜻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수입농산물 판매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주관해야 할 농협중앙회는 제대로 된 단속과 처벌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농산물을 판매하는 지역농축협은 “다문화가정과 소비자 편의성을 위한 구색 맞추기로 수입농산물을 어쩔 수 없이 판매한다”는 애매한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의 수입농산물 판매에 대해 하나로유통 경영지원전략팀 신재원 팀장은 “하나로마트 직영점에서는 수입농산물 판매가 허용되지 않고, 만약 판매하고 있다면 즉시 철수해야 한다”며, “지역농축협의 경우 지속적으로 지도문서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원 팀장은 또,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 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역조합의 경우 소비자 편의성, 주변 판매업체와의 경쟁 등을 이유로 조합원들이 수입농산물 판매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역조합에도 수입농산물을 판매하지 않도록 계속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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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농협 하나로마트, 신토불이 엿 바꿔먹었나

  • 우리 농민들의 구슬땀이 생각나 농협 하나로 마트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하나로마트에서 수입산을 팔고 있다니, 그 동안 하나로마트를 이용해왔던 소비자로서 배신감이 드네요…ㅠㅠ 농협, 정말이지 정신차려야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유익한 기사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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