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없이 폭풍성장, 골목상권 침탈 위험수위

유통업계에서 공룡기업으로 폭풍 성장한 다이소.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와 동일하게 영업시간 및 의무휴업, 출점제한 조치를 다이소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판매품목이 동네슈퍼 공산품과 동일한 데다 저렴한 균일가 상품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잠식,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다이소를 운영하는 (주)아성다이소의 점포수는 1997년 천호점 1곳을 시작으로 일본 다이소 자본이 유입된 2001년 100여곳, 2010년 600여곳, 2019년 1300여곳으로 급속히 확장했다.
이에 따라, 아성다이소의 매출액은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2017년 1조6340억원, 2018년 1조9785억원, 2019년 2조2362억원으로, 최근 연평균 약 3000억원의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이소의 폭풍성장에는 다른 유통채널과 달리 별다른 규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다이소는 최근 몇 년 동안 매장 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1년 365일 쉬지 않고 서민들의 지갑을 빨아들이고 있다.
다이소는 생활용품만 차별적으로 판매하는 소매점 형태의 ‘생활용품전문점’으로 분류된다. 유통산업발전법 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던 이유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규정한 규제 대상은 ‘매장 면적이 3000㎡(약 900평) 이상인 대규모점포와 매장 면적이 3000㎡ 미만 이더라도 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기업 등이 운영하는 점포로 음·식료품을 위주로 하는 종합판매 소매점’이다.
이에 따라 다이소는 유통 대기업에 적용되는 출점제한과 영업시간·의무휴업 규제 등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비닐봉투, 동네슈퍼–과태료 다이소–판매
다이소 주변 중소상인들의 불만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다이소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동일한 상품군을 취급하는 인근 중소상인들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등 국내 문구 관련 단체 3곳이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실태 현황’을 조사한 결과, “다이소 영향으로 매출이 떨어졌다”는 문구점이 92.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하락했다’가 48.1%로 가장 많았고, “운영이 위기 수준”이라는 답변도 8.1%로 나왔다.
특히 설문에 응한 문구점의 46.6%는 “다이소 입점 후 매출이 떨어져 운영을 계속할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업종 변경 또는 폐업을 생각 중”이라는 응답도 각각 4.4%와 5.2%나 나왔다. 다이소가 칼끝을 턱밑까지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정부 당국의 안일한 규제행정도 골목상권 중소상인들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4월 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도소매업종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적용 대상은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라 전국 대형마트 2000여곳과 매장 크기 165㎡(약 50평) 이상의 슈퍼마켓 1만1000여곳,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도소매업종이다. 하지만, 편의점과 다이소는 도매나 소매업에 해당되는 데도, 슈퍼마켓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가 환경보호와 자원절약, 재활용촉진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일회용 비닐봉투 제공 금지 규제는 동네 마트에는 칼같이 적용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동네 슈퍼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경고없이 현장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동네 마트는 손님 편의를 위해 일회용 비닐봉투를 제공할 경우 최고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다이소나 유니클로, 편의점은 유상제공이 가능하다. 심지어 다이소는 비닐봉투를 소형, 대형 등으로 나눠 100장에 1000원 꼴로 판매하고 있다.
다이소가 들어선 서울 양천구 한 재래시장 상인은 “다이소와 같은 일본계 기업은 너그러이 봐주고 토착상인들은 철퇴를 내리치는 행정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을 위한 것이냐”며, “정부가 이러니 중소상인들이 더 화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이소, 대형마트 준하는 법적규제 필요
신기하게도 다이소는 프랜차이즈 설립 후 모든 규제를 피했다. 골목상권의 최후 보루인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도 제외됐다.
일례로, 문구소매업이 2015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당시 연매출 1조원이 넘어선 다이소를 쏙 뺀채 대형마트에 한해서만 문구류 코너를 제한적으로 운영토록 권고했을 뿐이다.
다이소가 규제를 피하며 압도적인 성장률을 보이자 2017년 국회 국정감사는 ‘다이소 국감’이 됐다. 중소상인부터 국회의원까지 다이소에 대한 비난이 들끓었다.
다이소는 결국 2018년 8월, 중소기업적합업종인 문구소매업 규제에 자발적으로 편입하는 카드를 꺼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와 마찬가지로 학용 문구 18개 품목(종합장·연습장·일반연필·문구용 풀·지우개·유성매직·네임펜·일반색종이·스케치북·형광펜·교과노트·알림장·일기장·받아쓰기·색연필·사인펜 ·물감·크레파스)을 묶음 단위로 판매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하지만, 골목상권 중소상인들에겐 ‘꼼수’로 해석된다. 다이소는 문구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주방·미용·인테리어·공구·문구 등 20여개 카테고리 3만2000여가지 상품을 판매한다. 문구류는 다이소 매출의 5%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적합업종 권고기간인 2022년 7월 31일 이후 재지정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무용지물이다. 다이소는 주변 상점과 품목이 겹쳐도 출점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이소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이 다이소를 규제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놨을 뿐이다.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가 운영하거나 그외 일정 면적 이상의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 등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 준대규모점포의 범주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기준을 초과하는 기업이 직영하거나 프랜차이즈형 체인사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점포 △대형유통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상품공급점을 포함하도록 했다.
다이소는 정말 시장뿐만이 아니라, 골목상권 어디든지 다 있는것 같아요…어느샌가 골목상권 깊숙이 파고들어 다이소가 입점한 주변상권은 괜찮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