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SSM·편의점 공세 눌려 고사 위기
편의점이 동네슈퍼를 잠식하고 있다. 동네슈퍼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

동네슈퍼가 무너지고 있다. 대기업 SSM(기업형슈퍼마켓)의 집중포화에 이어 편의점 업계의 융단폭격을 받아 쑥대밭이 되고 있다. 유통시장의 밑동을 받치고 있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몇몇 대기업이 가격결정권을 휘어잡아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어지고 대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 시장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매장 면적 156㎡(47평) 미만 동네슈퍼는 2011년 7만6043개에서 2017년 5만8436개로 23.1%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SSM 매장은 1201개에서 1610개로 25.4%로 늘어났다. 편의점은 2012년 2만1221개에서 2017년 3만2611개로 35.0%나 급증했다.

동네슈퍼의 위기는 SSM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던 2007년부터 시작됐다. 2006년 기준 대기업 대형할인마트들이 적정 수 250~300개를 넘어선 329개까지 치달으며 경쟁이 심화하자 SSM을 내세워 골목상권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나타난 SSM은 2006년 292개에서 매년 200여개씩 증가해 2011년 1112개로 불어났다. SSM의 집중포화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동네슈퍼들이 급증한 이유다.

유통산업발전법 피해 편의점만 독주

대기업 자본의 골목상권 침탈은 SSM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주인공은 대형할인마트와 SSM의 틈새를 비집고 급격하게 덩치를 키운 편의점. SSM에 치여 비틀거리던 동네슈퍼는 편의점의 파죽지세에 눌려 고사 직전에 다다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 수는 2012년 2만1221개에서 2017년 3만2611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조1000억원에서 20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보호하자는 동정론이 일었고, 유통산업발전법이 선두에 섰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2010년부터 상권 보호를 위해 전통상업보존구역 500m(2011년 1㎞) 이내 대규모 점포의 출점이 제한됐다. 2011년부터는 대형할인마트와 SSM의 월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 조치가 내려졌다. 2013년에는 대규모점포 개설시 대형 유통업체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상생의무도 강화됐다.

하지만, 동네슈퍼의 몰락은 막을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은 2011년 대비 2017년 1만8585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슈퍼마켓은 1만3609개 감소했다. 슈퍼마켓의 점포수가 급감한 2015~2016년 편의점 점포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증가로 인해 슈퍼마켓 폐업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편의점은 유통업 전체에서 단연 돋보였다. 편의점의 점포수는 2011년 대비 2017년 약 88% 증가한 반면, SSM은 34.1%, 대형할인마트 20.7%, 백화점 8.6%, 전통시장 7%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슈퍼마켓은 16.4%나 줄었다.

대형할인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탈로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슈퍼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나들가게가 실패 위기다. 나들가게 사업 전(왼쪽)과 후의 모습.

실패로 끝나가는 나들가게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나들가게’다. 나들가게는 정부의 스마트샵 육성지원사업 명칭이다. ‘정이 있어 내 집같이 드나들 수 있는, 나들이하고 싶은 가게’라는 뜻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09년 10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보고된 중소소매업 유통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대형할인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침탈로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슈퍼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사상 처음으로 매장 면적 300㎡(90평) 이하 동네슈퍼에 대한 정부 지원 사업이 마련됐다.

나들가게 사업에 참여하는 동네슈퍼에는 1억원 한도에서 점포시설 개선을 위한 자금과 나들가게 브랜드 간판 교체, 정보화를 위한 포스(POS) 기기 및 시스템 설치 등의 지원이 이뤄졌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상권에 맞게 점포개선, 재개점 후 5개월간 2회 경영지도, 시설구매자금 저리융자 등을 지원했다.

나들가게 사업은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골목상원 자영업자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밀려 고전하는 동네슈퍼를 생존 가능하도록 지원한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현재 나들가게 점포수는 8066개. 2018년말 기준 전국 나들가게 수가 1만1560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여 만에 10곳 중 3곳이 사라진 셈.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운하(대전 중구·사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판매단말기를 사용하는 3801개 나들가게의 최근 4개년 월평균 매출액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월평균 매출액은 2016년 2617만원이었으나 2017년 2507만원, 2018년 2447만원, 지난해 2341만원 등 매년 감소했다.

나들가게 사업의 폐업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이후 개점한 1만1694개 점포 가운데 3793개(32.4%)가 폐업했다. 393개는 취소돼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7508개로 집계됐다. 폐업 이유는 일반슈퍼전환이 1148개(30.2%)로 가장 많았다. 업종변경 1015개(26.7%), 편의점전환 912개(24%) 등이 뒤를 이었다.

나들가게 점주들은 “동네슈퍼 경쟁력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제품”이라며, “대형마트가 저렴하게 내놓는 상품이나 편의점의 다양한 제품 구색에 밀려 매출액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월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형제슈퍼에서 열린 스마트슈퍼 1호점 개점행사에서 점포 현장투어를 위해 출입 인증을 하고 있다. ‘스마트슈퍼’는 낮에는 유인으로, 심야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혼합형(하이브리드형) 무인점포다. 무인 출입장비, 무인 계산대, 보안시스템 등 스마트기술·장비의 도입과 디지털 경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기부의 새로운 시도, 동네슈퍼 살릴까?

중소벤처기업부가 동네슈퍼를 살리기 위해 ‘디지털’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네슈퍼를 AI(인공지능)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바탕으로 ‘스마트슈퍼’로 변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10월 15일 전국 1호점 스마트슈퍼가 서울 사당동에서 문을 열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소상공인의 디지털화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스마트슈퍼 4000개, 스마트상점 10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10월 15일 서울 사당동 형제슈퍼에서 ‘스마트슈퍼 1호점 개점’ 행사를 열었다. 이 슈퍼는 낮에는 유인,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신용카드로 입구에서 신원을 확인한 뒤 셀프계산대에서 물건값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중기부는 △2025년까지 스마트슈퍼 4000개 육성 △물류 및 마케팅 스마트화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 제공 △지속가능한 디지털 경영 인프라 강화 등 스마트슈퍼 육성 방안을 밝혔다.

우선 내년 800곳, 2025년 4000곳의 스마트슈퍼를 육성하기 위해 상권 특성과 매장 규모 등에 맞춰 최소 3가지 점포 모델을 마련한다.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코디의 컨설팅 패키지 지원과 함께 시설 개선을 위한 저금리 융자도 점포당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밖에 가정간편식, 로컬푸드 등 신규 제품군을 확대한다. 모바일 배송서비스도 신규 도입한다. 올해 하반기 중 민간 배달앱을 통해 시범 실시한 후 내년부터 민간·공공배달앱에 개별 스마트슈퍼를 입점시켜 소비자가 구매하면 단시간 내 배송서비스가 제공된다. 최근 노인·주부들을 중심으로 확대 중인 근거리 도보 배달과도 연계한다.

박영선 장관은 “대한민국의 600만 소상공인이 얼마나 디지털화 하느냐가 앞으로의 국가경쟁력”이라며 “셀프계산대, 무인 출입장비 등의 스마트기술을 도입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동네 슈퍼가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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