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반환 문제로 동네슈퍼, 편의점 골머리…제조사·정부가 빈병 반환기계 확대해야

동네슈퍼에서는 반환된 빈병을 쌓아둘 곳이 마땅치 않아 가게 밖에 두는 경우도 있지만, 민원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한다.

#서울 은평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A씨는 공병수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트에서 구입한 공병을 되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인근 노인들이 공병을 주워 가져오는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많은 날은 하루에 100개를 넘는 경우도 있다. 협소한 마트 공간에 쌓아둘 곳도 마땅치 않아 가게 앞에 쌓아두면, 주민들이 구청에 이를 신고해 과태료를 납부할 때도 있다. A씨는 이를 정리하고 관리하는데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으로 고객들이 옮겨가면서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최근 편의점을 오픈한 B씨는 창업시 생각지 못한 공병 반환문제에 적잖이 당황했다. 영업에 적응도 하기 전에 주변 노인들이 가져오는 공병들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B씨는 날씨가 더워지며, 공병에 남은 음료나 주류에서 악취가 발생하고 미관에도 좋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2017년 빈병 보증금이 인상되면서 소주 맥주 등의 빈병 회수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최근 97.9%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주류제조사 입장에서는 새로 병을 제작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득이지만, 공병 반환을 맡아하고 있는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는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10원 빈병 수거 수수료 받자고, 인력 1명 투입해야 하나=정부는 사용한 용기의 회수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해 보증금이 포함된 가격을 제품을 판매한 후, 빈용기를 반환하는 소비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는 ‘빈용기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제12조의 2에 따라 빈병의 경우 종류에 따라 70원에서 350원의 보증금을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등의 소매점에서 환불 및 반환이 가능하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판매자는 특정 요일시간 등을 지정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수 없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일부 대형마트나 지자체에서는 공병 회수 기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동네 공병들은 대부분 골목 마트나 편의점 등으로 모아진다. 공병 한개 10원 남짓 처분 수수료를 받지만 공병 관리에 따른 불편함과 인건비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지역에 공병수거기계를 설치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골목의 편의점 역시 알바생 혼자 가게를 보며 공병 회수 작업까지 하는 것이 어렵다는 하소연이었다.

마트와 편의점 등 골목상인들은 대형마트에서 주류를 구매하고, 빈병 반환은 동네 슈퍼에서 한다며, 장소가 협소한 동네 마트에서 공병 회수를 하다보니 마트도, 주변 주민도, 공병을 모아 가져오는 사람들도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정부가 자원재활용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시책인 만큼 정부와 주류회사가 주민센터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공병 수거기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광역시에 설치된 ‘빈용기 반환수집소'<사진=대전광역시>

턱없이 부족한 빈용기 반환수집소정부와 주류회사가 대안 제시해야=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송파구는 2019년부터 송파구재활용센터 앞 유휴부지를 활용해 빈병 등을 반환하는 ‘빈용기 반환수집소’를 운영하고 있다. 빈용기 반환수집소는 환경부의 공모사업 중 하나로 환경부 산하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전국 17개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빈용기 무인회수기’도 전국에 76개 설치돼 있다.

문제는 빈용기 반환수집소나 무인회수기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환수집소는 서울시에 송파구 1곳에서만 운영되고 있으며, 무인회수기는 서울에 24곳에 설치돼 있지만 홈플러스, 이마트, GS슈퍼마켓 등과 같은 대규모유통점에만 위치해 있다. 다른 지자체도 반환수집소나 무인회수기 수가 적어 매일 발생하는 공병 반환 수요를 다 충족하는데 역부족이다.

그러나 자원재활용 주무부서인 환경부에서는 현재 뚜렷한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빈병 반환율이 증가하면서 현장에서 보관 장소가 부족하거나 하는 등 애로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반환 업무 분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주류제조사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병 회수로 주류제조사의 비용도 감소하고 있는 만큼 빈병반환기 설치를 위해 제조사가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공병 자원의 효율적인 회수와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 공병을 반환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공병 반환처 모두에게 편리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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