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vs CJ ‘햇반’의 진짜 이유

지난해 말부터 쿠팡과 CJ는 ‘햇반전쟁’을 벌여왔다. 연말만 해도 업계에서는 이 전쟁은 한두 달 내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CJ와 쿠팡 양측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싸움이기 때문이었다. CJ의 메인 상품인 햇반은 전체 판매량 중 30% 가까이가 쿠팡에서 나온다. 또 햇반의 브랜드 파워를 고려할 때 쿠팡의 매출 감소로 인한 피해도 상당하다.

쿠팡이 CJ 상품의 납품가를 문제 삼아 발주중단을 단행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햇반과 비비고 만두·김치 등 CJ 인기 상품이 대상이었다. 쿠팡은 CJ가 발주 약속 물량을 납품하지 않아 내린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CJ는 쿠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국내 식품 제조업과 e커머스 업계 국내 1위라는 점에서 양사의 전쟁은 초미의 관심사 였다. 원자재가 인상 등 고물가 흐름에서 원가 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상품 제조사와 유통사 중 누가 더 마진을 가져갈 것인가가 분쟁의 근본 원인이다.

CJ 입장에서 쿠팡은 기존 질서의 파괴자다. 이마트, 롯데마트 같은 기존 대형마트와는 공존할 수 있었다. 원가 구조의 변화에 따라 마진율을 서로 양보하고 조정하면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물가 국면에서 상황은 급변했다. 최저가 및 가격 방어 정책 중심의 온라인 쇼핑채널인 쿠팡은 그들만의 적정가격을 유지해야 했기에 제조사인 CJ의 마진율을 줄여야 했다. 당연히 CJ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반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식품 제조유통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은 시장지배자인 CJ로서는 아마도 처음 당해보는 ‘갑질’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가 넘긴 전쟁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자존심 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급한 쪽은 CJ지만 물러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쿠팡이 발주를 중단한 직후 CJ제일제당은 컬리, 11번가, 위메프 등에서 특가전을 열고 햇반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쿠팡의 경쟁사들과 연이어 동맹을 맺고 있다. 컬리와 업무 협약 체결에 이어 네이버의 서비스에도 입점했다.

쿠팡의 경우 햇반과 비비고 제품을 대체할 경쟁사 제품이 충분하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는 듯 하다. 실제 쿠팡은 로켓배송 제품 중 특정 제품을 매일 바꿔 할인 판매하는 ‘골드박스’에서 CJ의 경쟁사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실제 최근 쿠팡 로켓배송에는 CJ의 햇반을 대체할 수 있는 곰곰 우리쌀밥(PB)과 더 미식즉석밥(하림), 양반 즉석밥(동원) 등이 연이어 할인 제품으로 올라왔다. 이전까지 골드박스를 통해 즉석밥이 매일 할인 판매된 적은 없다.

당장의 손해는 CJ가 큰 상황이지만 갈등이 길어지면 쿠팡에게도 득 될 것은 없다. 특히 매출액보다는 ‘갑질’ 프레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에 점차 공정거래 등에 대한 법률 규정이 강화되는 조짐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갑질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쿠팡으로서는 부정적 이슈다.

양사가 협상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지만, 물러설 수 없는 1위 제조사와 1위 유통사의 주도권 전쟁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합의점이 쉽게 찾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분쟁이 장기화 할수록 쿠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쿠팡의 경우 대체재가 충분하지만, CJ는 30%에 육박하는 온라인 유통채널을 한 순간에 버릴 수는 없는 현실기 때문이다.

당장 고래 싸움에 소비자는 이익이지만, 식품 제조유통의 거대강자의 싸움의 결말에 향후 식품시장 주도권이 향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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