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민생 입법 성적

 

 

 

 

김 주 호_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사회경제1팀장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소상인과 시민사회, 민생 단체들의 우려와 희망이 교차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원인불명의 바이러스가 국내에 상륙하고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폭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됐다. 유동인구가 크게 줄면서, 중소상인들과 그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생계도 막막해졌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각기 다른 전망들을 내놨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 사이 각 정당과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제각기 민생정당, 민생후보를 자처하며 다양한 중소상인·민생 공약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전망은 어두웠지만,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중소상인·민생 법안이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어느 덧 21대 국회 임기종료를 1년 앞둔 현재, 중소상인·민생 관련 입법 성적은 과연 몇 점일까?

4월 임시국회가 열린 지난 4월3일 경제민주화 전국네트워크를 비롯한 중소상인,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은 ▲온라인플랫폼 기업과 중소상인, 플랫폼노동자의 상생을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 ▲가맹대리본사와 점주단체의 협상권 보장을 위한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 ▲상가임차인의 생존과 퇴거보상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한계에 몰린 중소상인과 다중채무자의 빠른 재기를 위한 파산자 차별금지법(채무자회생법) ▲유통재벌·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저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5대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21대 국회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소상공인지원법 개정, 코로나19 집합금지·제한업종에 대한 6개월 임대료 유예 등의 입법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중소상인·민생을 살리기 위한 5대 입법과제 142건의 법안 중 단 20건만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통과율 10.3%로 열 건 중 한 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00점 만점에 10점이면 대학에선 ‘학사경고’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이들의 시장독과점과 불공정 행위가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관련 법안은 단 한건도 처리되지 않았으며, 중소상인단체들의 오랜 염원인 유통산업발전법도 전혀 진전이 없었다. 그나마 세차례 법개정이 이뤄진 가맹사업법과 상가임대차보호법, 한차례 법개정이 이뤄진 대리점법도 중소상인단체들이 그토록 요구했던 사항들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쟁점이 적은 내용 한 두 조항이 찔끔 개정되는데 그쳤다. 그나마 받은 10점도 오답을 피했을 뿐 속시원한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의 국회 상황을 봐도 중소상인·민생 살리기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데 있다. 통상 국회는 임기가 약 1년 정도 남으면 다음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법안을 처리하기보다는 여야간 갈등을 증폭시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당장 처리시킬 수 있는 법안도 내년 총선을 위한 공약으로 미루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관료들이나 피감기관들, 기업들이 국회나 국민을 무서워할 이유도 없다. 지난 임기동안 여야가 치열하게 논의해왔던 법안은 폐기되고, 새로운 국회의원들이 각자 상임위를 정해 법안의 쟁점과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만 또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당장 생존의 위기에 놓인 중소상인·자영업자에겐 생사가 갈리는 절박한 시간이다.

이제라도 여야 국회는 5대 중소상인·민생 살리기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 전체 300석 중 169석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공약했던 ▲가맹점 분야의 협의요청 개시 의무화 ▲대리점 사업자 단체의 결성권 보장 ▲상가건물의 철거 재건축시 퇴거보상제도나 우선계약권 부여 등의 입법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철 지난 자율규제와 시장자유 원칙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소득·자산 불평등이 역대급으로 심화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민생입법 발목잡기를 멈춰야 한다.

21대 국회가 코로나19의 재난 속에서도 그나마 민생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국회로 기억될 것인지, 정쟁만 일삼다 실패한 ‘학사경고’ 국회로 기억될 것인지, 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소에 부족했다면 이제 벼락치기라도 해야 한다.

[이 기사의 출처는 중기이코노미이며, 필자와 중기이코노미의 동의를 얻어 본지에 기고문으로 개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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