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마늘 값 상승에도 웃지 못하는 산지

약세를 면치 못하던 양파값이 최근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농민들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가격이 좀 오른다 싶으면 민간 수입업자들이 수입량을 늘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정부까지 나서서 수입을 추진하는 일이 쉼 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1일에는  전국의 양파, 마늘 생산 농가들은 집회를 열고  윤석열정부의 수입 일관 농정에 거센 규탄의 목소리를 퍼붇기도 했다. 유례없는 성출하기 양파 수입 공고도 모자라 농번기 바쁜 틈을 타 양파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2만톤이나 증량하는 내용의 개정안까지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소비자 물가 운운하며 농업과 농민을 희생양 삼는 정부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양파·마늘 TRQ 수입 전면 중단과 공공비축을 활용한 선제적 양파·마늘 수급 안정 대책 수립, 생산비와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양파·마늘 공정가격 보장 등을 요구했다.

10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양파값은 상품 1㎏에 1164원이었다. 5월 중순까지 500원대를 유지하다가 5월말 들어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단숨에 1000원을 넘어섰다. 올봄 가격 폭락으로 여러번 밭을 갈아엎었던 농가 입장에서는 반가워할 일이지만 실제 반응은 다르다. 심각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해서다. 값이 올라도 농가소득은 예년에 견줘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순계산만 해보더라도 지난해 2개 수확해서 1개에 1만원씩 받아 2만원을 벌었다면 올해는 0.8개밖에 수확을 못해 1개에 2만원을 받아도 농가 수입은 1만6000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민들이 더 씁쓸해하는 것은 산지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단기 시세 상승에만 초점을 맞춰 물가상승 요인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은 정부가 물가안정 명목으로 덜컥 수입에 나서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특히 수확 초기부터 시세가 강세를 보였던 마늘 주산지 농가들의 우려가 크다.

양파, 마늘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모든 생산비가 다 올랐는데 농산물값만 과거 가격을 기준으로 억누르는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농민들 다 망하고 수입 농산물로 대체하자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농산물값 조금 올랐다고 수입 운운하지 말고 국내 생산기반을 적극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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