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 휴업 평일 전환 공방

 

 

 

 

 신 규 철_전환사회시민행동 운영위원장


통계청의 ‘2022년 4분기 가계 동향 조사’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지만 실질소득은 소비자물가 등으로 마이너스 1.1%이다. 특히 자영업 가구의 실질 사업소득은 마이너스 5.0%로 감소폭이 타 가구에 비해 컸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3월에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를 했다. 총 1430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89.7%가 ‘현재 대출이자 부담으로 힘들다’고 답했다. 또한 78%는 매출 하락과 수익 하락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 평균 매출액을 묻는 질문에 ‘500만원 미만’이 36.7%로 가장 많았고, ‘500만~10000만원’이 19.9%, 56.6%가 연매출이 1억20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중에 97.4%는 여전히 부채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채액은 ‘5000만~1억원’이 27.6%로 가장 많았고, ‘3000만~5000만원’ 22.5%, ‘3000만원 미만’ 15.8%, ‘2억원 이상’도 15%에 달했다.

매출이 이렇게 낮은 상황에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로 비용 지출이 늘어난 탓에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는 소상공인은 36.2%, 월평균 영업이익이 ‘100만원 미만’도 13.8%로 소상공인의 절반은 매월 100만원도 수익을 얻지 못했다.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삶이 이렇게 팍팍한 상황에서 이들을 둘러싼 정책 환경은 윤석열 정부 들어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자유’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윤 대통령은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경제 기조 속에서 집권하자마자 규제개혁 1호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추진했다. 그러나 추진과정에서 불공정성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인기투표 형식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실현하진 못했다.

잠잠한듯하더니 윤 대통령이 쏘아올린 공을 홍준표 대구시장이 받아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광역시 중 처음으로 지난 2월 13일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둘째·넷째 주 월요일로 바꿨다. 청주시도 이달 13일에 의무휴업일 지정 변경에 대한 행정예고를 했고, 서울시도 의견수렴 중이라고 한다.

유통재벌들의 골목상권 침탈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입지는 날로 줄었다. 대기업의 독과점은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 또한 중소상인들은 국가가 보호육성 할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 119조의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2항은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이다.

이처럼 중소상공인들의 보호 육성을 위해 일정한 규제를 하는 것이 헌법적 가치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의무휴업일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은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의 지난한 투쟁과 공론화 과정으로 2012년 3월에 입법화됐다. 필자도 당시 상인들과 함께 거리와 국회를 오가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선연하다.

혹자들은 지금은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매장 간의 대결 구도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의무휴업일 폐지나 평일 전환으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의 피해는 크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마트는 배달과 온라인을 결합해 더 강해졌고, 골목상권은 3중고로 예전보다 더 힘들어 졌다.

과연 무엇이 바뀌었단 말인가. 언론보도를 보면,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 40여일이 지난 가운데, 인근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30% 정도 감소한 반면 대구지역 대형마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보증권의 분석을 보면, 대형마트 규제 완화 시(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이마트는 3840억원, 롯데마트는 1728억원의 매출 상승이 있을 것으로 주가 전망했다. 이렇듯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 폐지가 아니라 평일 전환만으로도 막대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마트 노동자들에게도 커다란 이해를 발생시킨다. ‘마트노동자도 주말에 가족과 함께 쉬고 싶습니다. 마트노동자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하라. 마트노동자도 이해당사자다. 일방적인 평일 변경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의무휴업일 문제는 상인들만이 당사자가 아니라 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도 똑같은 이해당사자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무휴업일과 새벽 시간의 영업금지 제한을 해제하는 것으로 확대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윤 정부가 민생을 정말로 생각한다면 대기업만 살찌우는 이러한 규제완화 정책은 중단해야 할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홍준표 따라하기’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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