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능력한 의무휴업 폐지 발표

 

[논평] 정부의 무능력·무책임한 의무휴업, 단통법 폐지 발표

정부가 오늘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제도와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의무휴업과 단통법을 폐지하면 중소상인이 살아나고 가계통신비가 내려가나요?” 참여연대는 실효성은 없고 예상되는 부작용은 더 큰 총선용 ‘가짜 민생’ 대책을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오늘(1/22)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제도(의무휴업제도)와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원인 분석으로 잘못된 해법을 내미는 전형적인 사례로, 정책의 실효성은 없고 예상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 의무휴업제도와 단통법은 정부와 국회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지난 10년동안 반쪽짜리로 운영되면서 제도의 원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던만큼 폐지보다는 원래 취지대로 대폭 보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의무휴업제도는 지역의 상황에 따라 지자체가 조례나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단통법 또한 국회의 법개정 사항임에도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행태는 매우 무책임하다.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즉흥적으로 내놓은 근시안적인 폐지 대책을 철회하고 중소상인 살리기와 가계통신비 완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규제 철폐를 명분으로 가짜 민생을 앞세운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단통법 폐지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우는 공휴일 의무휴업 폐지의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을 금지하더라도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효과가 적거나 없었고, 오히려 주말에 장을 봐야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었으며, 온라인유통시장의 발달로 대형마트의 매출이 하락해 규제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제도는 유통대기업과 골목상권, 서비스노동자가 상생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지, 이것만으로 골목상권의 대대적인 매출증대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정부는 의무휴업제도가 유지되는동안 유통대기업의 골목시장 진출을 막아 시간을 벌고 골목상권이 성장하기 위한 별도의 육성·지원 대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했지만 지원은커녕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이뤄진 코로나19 집합제한 조치에 대한 손실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랬던 정부가 이제와서 의무휴업제도로 인한 골목상권의 매출증대 효과가 미미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의무휴업이 인근 상권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는 연구주체에 따라 결과가 엇갈려 아직까지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주말에 장을 봐야하는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었다는 주장 또한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등으로 최근 급성장한 온라인유통시장을 간과한 주장이다. 오히려 유통대기업의 골목시장 침탈로 지역중소형마트나 전통·재래시장이 고사하면 여기에 상품을 납품하는 각종 대리점과 유통점들, 중소형 제조업체들이 줄도산하면서 지역경제가 무너지게 된다. 또한 유통대기업과 제조대기업 상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독과점되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축소되고 일방적인 가격인상에도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재편되면서 유통대기업과 중소상인의 매출이 동반하락한다면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이 공정한 경제질서에서 영업을 하도록 규제하고 중소상인들에 대한 육성·지원 정책을 확대하면 될 일이지, 의무휴업제도를 폐지해 유통대기업과 중소상인을 싸움붙이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단통법 폐지를 통해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을 촉진시키고 가계통신비 완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발상도 실상을 모르는 소리다. 단통법이 도입되던 2013-2014년 경만 하더라도 LTE 서비스 가입자 확보를 위해 이통3사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고객 빼오기 경쟁’을 벌였고, 휴대폰 단말기 회사도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이 치열한 장려금 경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가 6천만 회선에 달하는 시장포화상황인데다가 5대 3대 2의 시장점유율이 장기간 고착화되어왔고, 삼성전자가 사실상 국내 단말기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보조금·장려금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다. 오히려 정부는 단통법이 도입된 지난 10년 동안 사실상의 ‘요금거품’인 공시지원금을 축소해 이동통신요금을 완화하고, 분리공시제 도입을 통해 통신시장의 투명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 단통법을 애초 취지에 맞게 보완해야 했음에도 수수방관해왔다. 지금 단통법을 폐지하면 이통사들의 보편적인 보조금 경쟁을 촉진시키기는커녕 불법보조금으로 시장이 혼란해져 극소수의 소비자만 이득을 보고 그 부담이 마케팅비라는 명목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이제라도 국민을 기만하는 단통법 폐지 방침을 철회하고 공시지원금 거품 해소와 분리공시제 도입을 통해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계통신비 완화 정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중소상인·자영업자가 살아나는지, 단통법 폐지하면 통신비 부담이 줄어드는지에 대해 먼저 답해야 한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의 성장 등 시장의 변화가 있었고 그래서 의무휴업제도가 도입 초기와 비교해서 효과가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폐지하는 것은 대형마트 인근 중소상인의 영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한달에 두번 일요일에 쉴 수 있었던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은 의무휴업 폐지와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의무휴업 폐지는 중소상인과 노동자의 민생을 역행하고 유통대기업을 위한 거짓 민생인 셈이다. 단통법이 폐지된다고 해서 지금보다 통신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와 같이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보조금 경쟁으로 통신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늘어난 보조금만큼 적정한 통신요금은 멀어지게 된다. 정부는 규제 철폐를 명분으로 가짜 민생을 앞세운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단통법 폐지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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